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을 서두르기 위한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법적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7년 년 7월 말 미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The House Energy and Commerce Committee)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에서도 비슷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과 더불어 자율주행자동차는 이른바 4차산업혁명을 상징한다. 천지개벽의 새로운 세상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숙명적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그 첫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자율주행차를 보다 빠른 속도로 실전에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복잡한 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2천 5백대에서 10만대로 대폭 늘리고, 주 정부가 이것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지 못하도록 중앙 정부로 일원화했다. 그런데 예외 규정을 남겨 놓았다. 차량의 무게를 1만 파운드, 4.5톤으로 제한해 대형트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안전 문제와 일자리 붕괴를 우려한 트럭 노조의 필사적인 저항과 로비가 영향을 미쳤고, 이들에게 일차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세계적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Uber)의 자율주행 트럭 사업을 맡고 있는 오토(Otto)는 2016년에 18개의 바퀴가 달린 대형 트럭에 5만 2천여개의 캔맥주를 싣고 200km의 거리를 완전 자율모드로 달리는데 성공했다. 운전자의 도움은 전혀 없었고 뒷자리에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지켜보는 사람만 앉아 있었다. 이에 앞서 독일의 벤츠 트럭과 다임러 트럭, 스웨덴의 볼보 트럭도 자율 주행 실험을 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웨이모(Waymo)를 테스트하고 있고, 테슬라 역시 전기차 트럭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의 자동차회사인 FAW 지에팡(Jiefang)이 여기에 가세했고, 한국의 현대차 역시 자율주행 트럭 사업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IT업체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너나없이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 나선 것은 장기적 안목에서 승용차보다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필연적으로 차량 공유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한다. 미국의 연구기관인 ‘리씽크엑스(RethinkX)’는 2021년에 자율주행차의 완전 상용화를 가정할 경우 차량 공유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승용차 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자동차 수가 2020년 2억 4천 7백만대에서 2030년에는 4천 4백만대로 무려 80%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신차 판매도 계속 감소해 2024년 이후 개인 차량 판매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시장은 결국 공유나 상업용 차량, 물류 수송을 담당할 트럭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대륙을 횡단하며 육상 물류를 담당하는 미국의 트럭 운전자는 160만명에 이른다. 자율주행차는 이들 트러커만 아니라 택시 기사 등 상업용 차량 운전자들의 일자리 몰락을 예고한다.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의 법안 표결 결과는 54대 0, 정파를 초월한 만장일치였다.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빼앗기기 전에 자율주행차에 빨리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우면서도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이해 관계 집단의 압박은 우선 피해가려는 정치적 의도가 교차한 결과다.

제조업체와 트럭노조의 입장은 상반된다. 노조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는 아무리 겹겹의 장치를 해놓아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쪽에서는 대형트럭 사고의 대부분은 장시간 운전에 시달리는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오히려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이루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자리 걱정은 기우라는 주장에 법적 제도적 장치만 마련되면 곧바로 운행이 가능할 정도여서 버스나 택시기사를 포함해 최대 4백만명이 생계를 잃을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자율주행차의 첫 법적 통과 절차는 트럭 운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이게 확고불변의 원칙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세간에 깊게 각인되었다. 인공지능과 더불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자동화의 바람이 대세가 되었고, 세상을 지배하고 이끌어가는 IT 업체들의 경쟁 무대가 되었다. 차량 공유로 인한 비용 절감과 더블어 운송비와 물류비 부담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제적 유혹도 여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많다. 과학기술의 혁명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다만 인간 존중과 안전 문제의 기본을 잃지 않으면서 후유증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최소한의 수용 조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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