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학교 역량강화 기획안에 필자가 건의한 내용이다.

  1. 대학이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과감히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미래 사회에선 한 개 학문 분야의 지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같은 이슈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도 융합적으로 찾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이론과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표준화된 대량체제 교육에서 개인의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2. 미래형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서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은 이미 효용성을 잃고 있다. 지식이 통용되는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필요한 교육은 창의성, 인성, 융복합능력, 자기조절력, 자기동기력, 대인관계 그리고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수업이다.
  3. 축적된 데이터 속에서 필요한 것을 찾고 조합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협업에 익숙한 인재양성이 시급하다. 교문을 열고 나가면 세상 모든 일은 이마를 맞대고 협업하고 있다. 교실에서도 협업하고 함께 문제를 푸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4. 학생이 줄어들고 전공을 공부해도 취업이 불투명한 시대에 과거의 수업을 고집할 순 없다. 디지털 시대에는 새로운 문법과 문해력이 필요하다. 시대에 맞는 수업 방법으로 학교를 벗어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미 국내외의 적지 않은 학교들이 커리큘럼과 교수법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학습방법으로는 학생들을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5. 대학의 교수들이 바뀌어야 한다. 오늘날 대학수업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교수들의 불변하는 수업 방식과 가치관이다. 자신들의 과거를 붙잡고 경험을 계승시키려 한다. 책 몇 권 가지고 수업을 평생 한다. 그들의 수업에는 학생들의 미래가 없다. 과거를 붙잡고 있는 교수들이 우선 변해야 한다. 이제 교수들도 새로운 공부를 습득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창조와 융합을 가르칠 수 있는새로운 수업을 할 수 있다. 디지털을 습득하고 학생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 안에서 새로운 교수법과 역량중심의 수업을 개발해야 한다. 다양한 디지털 툴과 플랫폼을 이용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학생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와 학생들의 미래가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Frey)는 ‘’2030년 전에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이유는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말한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현대의 학교체제는 19세기 방식과 똑같다. 현재의 교육체계는 단일화, 표준화, 대량화 라는 산업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노동력을 양성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오늘날 인간은 의식적으로 정보를 기억하고 메모할 필요가 없게 됐다. 자고 일어나면 누적되는 방대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생산적으로 창조하는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교육도 이 방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내는 ‘멀티태스킹’(multi tasking)능력이 환영받고 있다. 엄마는 밥을 지으면서 카카오 톡을 할 수 있고(그 사이 인공지능 청소기는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면서 SNS에 접속하고, 아이들은 TV를 보면서 스마트 폰 속의 게임을 할 수 있다. 한가지 일을 하면서 눈과 귀 손은 언제든지 다른 것과 연결 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 2,617번 스마트 폰을 터치한다>(소요 협동조합, 2018.1.12)의 글을 보면 사람들은 평균 하루에 76번 스마트 폰을 열어보는데 상위 10%의 사용자는 그 횟수가 132회에 이른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11%가 새벽 3시에도 스마트폰을 클릭하고 있으며 87%가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에 한 번이상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대학의 수업풍경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수의 현란한 판서와 유려한 원서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던 학생들은 이제는 동영상과 PPT조자도 쉽게 질려한다. 지식전달이나 정보의 유통만으로는 학생들의 주목을 끌기 쉽지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눈은 교수를 쳐다보고 있지만 출석이 끝나면 손은 여지없이 스마트 폰을 쥐고 타인과 접속한다. 50분이상 수업을 계속하기 어려우며 집중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스마트 폰의 빛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인간이 일을 하며 혹은 걸어다니며 이메일을 수신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동영상을 보고, 사진을 검색할 수 있는 능력,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정말 유능한 것이며 효율적일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유능함과 편리함의 상징이라 여겨온 멀티태스킹은 한낱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발달심리학자 퍼트리샤 그린필드(Patricia Greenfield)는 <사이언스>(2009)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기술이 인지능력에 끼치는 영향을 밝혔다. 그린필드는 “화면 미디어 사용은 항공기 조종처럼 동시에 수많은 정보를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인지 능력을 개선시켰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 어휘, 반성, 연역적인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상상력과 같은 고도의 인지구조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결론지었다.

디지털과 접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창의적이고 깊은 사유를 끌어내기 어렵다. 창의적인 사고는 자기주도적인 추진력과 몰입감(흡수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세돌의 신의한수, 즉 78수는 몰입감이 충만한 고도의 인지상태에서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학에서 교수의 수업은 자기 주도적인 경향이 강하다. 수업 계획을 세우고 강의 형태를 기획하고 성적 평가를 설정하는 모든 과정은 교수가 주관적으로 짜기 때문이다. 수업은 학생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공부와 몰입도는 가르치는 교수가 훨씬 강하다. 수업의 운영을 교수가 쥐고 일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몰입도와 참여도가 떨어진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불타는 조선’을 말한바 있다. 가문의 성공을 위해 당시 양반들은 과거 시험에 목을 맸다. 자식이 일곱 살, 여덟살 만 돼도 과거 시험 과목만 공부시켰다. 결국 교육은 암기식으로 변질됐고, ‘이치와 도를 터득해 세상을 지혜롭게 꾸린다.’는 성리학의 본래 목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늘날의 교육도 그때와 다를 바 없다. 나날이 진보하는 디지털 환경속에서 학생들은 어떤 수업을 하면 몰입할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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