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콘텐츠 중 실사(實寫)에 기반한 360도 영상은 후반작업에서 ‘스티칭(stitching)’이라는 공정을 거친다. ‘바느질’을 뜻하는 스티칭은 두 개 이상의 카메라 렌즈에 찍힌 영상을 이어붙이는 것이다. 스티칭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 배경공간의 직선이 어긋나거나 움직이는 인물이 이지러져 보이는 등 몰입감을 깨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당연히 대다수의 360도 영상은 스티칭의 이음새가 매끈한 천의무봉의 상태를 지향한다. 그러나 스티칭한 부분이 드러나거나 유추가능한 ‘솔기노출형’ 콘텐츠 또한 존재한다.
영화는 일반적으로 프레임 내에서 공간적 연속성을 상정한다. 반면, 360도 영상은 여러 대의 카메라에 촬영된 공간을 조합하는 기술적 공정을 전제한다. 솔기노출형 콘텐츠는 분절된 공간이 접합되는 단면을 드러내 스티칭이라는 공정을 의도적으로 환기시킨다. 360도 영상의 가상공간이 인공적으로 구축된 허구적 공간임을 자기반영적으로 부각시키는 셈이다.
<좋은 아침입니다(Good Morning World)>(2015)는 네스카페가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선보인 360도 영상 광고로, 스마트폰을 겨냥하여 웹용으로 제작되었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여러 방향으로 돌려보며 360도 영상을 자유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360도 영상 광고는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므로 광고효과가 하락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좋은 아침입니다>는 시선 분산을 역이용하여 광고효과를 오히려 끌어올린 경우이다.
위 이미지는 세계 곳곳에서 네스카페 커피 한 잔을 공통분모로 아침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여준다. 360도 가상공간은 여덟 개의 동일한 화각으로 분할되어 아침 식탁을 여덟 개 나라의 버전으로 보여준다. 대신, 식탁의 깊이감을 통일시켜 식탁 모서리를 잇고, 부엌 공간의 깊이감을 통일시켜 벽과 천장의 모서리를 이었다. 분할된 공간이 식탁과 천장을 통해 가상적으로 통합된 것이다.
가상적 식탁을 마주한 사람들은 일종의 ‘가상 글로벌 밴드’가 된다. 이들은 각종 부엌 살림을 활용해 생활감 물씬 풍기는 사운드로 매드콘(Madcon)의 노래 <걱정 마(Don’t Worry)>를 연주한다. 사실, 이들이 아침식탁에서 함께 공연하기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나라별 시차를 감안한다면, 인도의 아침식사 시간과 미국의 아침식사 시간이 겹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티칭은 세계 곳곳의 아침식탁을 이어 꿰매듯 분절된 시간을 가상적으로 통합하여 ‘동시 공연’을 성사시킨다.
<좋은 아침입니다>는 가상공간의 이음새를 시각적으로 노출시켜 360도 영상의 매체적 조건에 대한 자기반영적 인식을 드러낸 사례다. 이 광고는 첫 두 주 동안에만 800만 뷰를 넘어서며 페이스북이라는 VR 플랫폼의 초기 콘텐츠로서 크게 주목받았다. 후에 코오롱스포츠의 <SOX 360˚VR DANCING D-DAY>(2016)와 스타벅스의 <흩날리는 벚꽃사이 숨겨진 서프라이즈!>(2016) 등 다른 360도 영상 광고에서 벤치마킹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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