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聊齋志異)》에 대해서 논하려면 저자 포송령(1640-1715)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의 호는 유천, 자는 유선·검신으로 산동성 지천현 출생이다. 그는 어렸을 때 그 재주를 인정받았으나, 그 뒤 향시를 여러 번 치렀어도 급제하지 못하여 그렇게 33세 때부터 70세까지 가정 교사를 지내며 그 뜻을 펼치지 못하다, 결국 72세 때 간신히 공생이 되었다. 포송령은 명말청초 역사적인 격동기에 재난과 더불어 살면서 새로운 사회 사상을 시대적 조류로 받아들였고 개인적으로 불우한 생애를 보내면서 남다른 사상과 창작의식을 지니게 된다. 포송령의 ‘고독과 울분’, ’광기와 치기’는 그 당시 사회가 사대부에게 요구하던 태도와는 다른, 진보적인 사조의 자기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세속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신적 자유를 추구했고, 그 모든 것을 고분지작이라 천명한 바 있는 ‘요재지이’안에 구현시켰다. 이 외에도 《혼가전서(婚嫁全書)》, 《농상경(農桑經)》등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요재지이는 근 500편의 문언 단편 소설집으로, 공간적 배경은 태산의 좌우 지역(지천현의 일)로 시간적 배경은 명대의 일과 ‘포송령’당시의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다. 그의 작품에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 (장성, 귀예), 관료 사회의 부패 지적(석방평, 택요), 과거의 폐단 공격(삼생), 백성들의 고통 토로(귀곡), 남녀간의 애정(홍옥, 연향), 새로운 혼인 양상(진운서, 왕계암), 윤리와 도덕(증우우)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여우나 유령, 신선, 기이한 사람, 기묘한 동물이나 식물 등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기이하고 다양한 소재는 오늘날의 문화 컨텐츠의 보고라 여겨지고 있고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그 가치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2005년 드라마 신요재지이, 천녀유혼(1959, 1987), 화피1, 2, 몬스터 헌트, 주호민의 웹툰 빙탕후루 등 정말 다양한 사례가 있다. 그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89년도 천녀유혼을 꼽았고, 섭소천을 집중적으로 공부 해보았다. 섭소천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영채신이라는 한 절간에 묵자, 절세미인 섭소천이 찾아와 영채신을 유혹한다. 그러나 영채신은 정색을 하며 침상에 놓아둔 황금덩어리와 함께 그녀를 내쫓는데, 재물과 여색을 탐하지 않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섭소천은 자신이 실은 요절한 귀신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영채신에게 “유골을 거두어 집으로 가져가 안장해주기를” 간청한다. 아울러 요괴가 그를 찾아와 목숨을 노릴 것이라고 알려준다. 영채신은 소천의 충고를 받아들여 ‘기인’ 연적하와 함께 지냄으로써 위험에서 벗어난다. 이튿날 영채신은 그녀의 유골을 거두어 집으로 가져가 묻자 은혜를 갚겠다며 함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병든 영채신의 처를 대신해 부지런히 집안일을 함으로써 그 정성으로 차츰 영채신 모친의 신임을 얻어 나중에 영채신의 아내가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요괴가 다시 그들을 해치려 하지만 연적하가 준 가죽 주머니 덕분에 요괴는 몇 말의 맑은 물로 변하고 만다. 영채신은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고 섭소천은 아들 하나를 낳고 영채신이 첩을 들이자 그녀와 첩이 각기 아들 하나씩을 더 낳고 모두 벼슬을 해 명성을 날렸다.

이 섭소천은 진현우의 이혼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포송령의 필하에서 새롭게 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즉 포송령의 작품은 100% 창작이라 할 순 없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괴소설은, 귀신이 실재한다고 믿게 하거나, 뜬금없는 소문과 미신을 아무 근거 없이 마구잡이로 기록하는 서술 시각을 갖고 있지만, 요재지이의 이야기에 나오는 요괴와 유령, 기이한 사물들은 남북조 시대의 지괴에서처럼 단순히 소재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층 발달된 인간의 속성을 갖추고 있으며, 인간세상의 갖가지 사건과 이치를 반영하고 있다. 즉 요재지이는 지괴나 전기 소설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고, 거기에 작자의 창조적 상상력이 더해져 종래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던 것이다. 과거의 예술적 전통인, 마치 사기의 ‘발분지작’과 같이 정서적 측면에서의 전통을 계승하였고, 또 ‘태사공왈’이라는 형식의 논찬을 본떠 ‘미언대의’를 드러내고자 하는 작품마다 ‘이사씨왈’을 덧붙였다. 이 ‘이사씨왈’은 섭소천에는 없지만, 요재지이의 근 200편에 가까운 작품에 달려있다. 그의 이러한 전통에 기초하되 새롭게 창작한 창조물이 바로 포송령은 독자적인 ‘개성(치)’을 가진 괴이소설집이다. 그러므로 그는 섭소천에서 섭소천을 통해서 구현한 치정의식을 실제 자신과 자신의 삶, 나아가 자신의 작품으로 이미 실천했다고 할 수 있겠다. 즉, 포송령 스스로가 치정인물인 것이라 여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치’는 현대에서 요구되는 개성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해 ‘치정의식’, 즉 ‘개성’에 초점을 맞췄고, 섭소천과 영화 천녀유혼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오로지 섭소천을 통해서만 나타났던 치정의식이 영채신, 연적하, 심지어 요괴할멈에까지 투영되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즉 디테일한 부분의 변화가 있지만, 그 변화는 모두 치정이라는 의식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서 변화를 준 것이므로 기본적인 치정의식은 변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대는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한다. 하지만 개성은 여전히 중시되고 있으며 오히려 그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포송령자서에서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하나 있었다. “설사 내 작품의 내용이 황당함의 극치를 달린다 하더라도 한 군데나마 취할 곳이 있다며 일괄하여 없애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얼마나 개방적이며 진취적인 사상을 소유한 개성 있는 자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우리는 마땅히 세상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자유분방하게 펼치며, 혹여 타인이 우습게 여기고 업신여기더라도 하나라도 나은 점이 있다면 떳떳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의 덕후, 매니아를 존경한다. 한가지 일에 몰두하여 미칠 수 있는 그런 인생, 요재지이를 공부하며 나 또한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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