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아카데미쿱과 협동조합 소요는 아이들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교육의 방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교육의 기록입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우리 교육에 새로운 철학교육을 위한 문제 의식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실험에는 아카데미쿱의 다섯분 젊은 선생님들과 소요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니다.”


개요

• 제목 :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까?

• 주제 : 공정, 정의, 플라톤, 국가

• 교재 :  <Philosophy for Kids> David A. White, Ph.D./<철학하는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

• 대상: 강동 항일초등학생

• 멘토: 아카데미쿱 심우열


오늘은 <철학하는 10대> 1장 중에서도 온라인 세계와 연관된 질문들을 다룬다. 먼저 지난 시간에 배웠던 ‘공정’과 ‘정의’의 내용을 복습했다. 종민이가 오늘 수업에서 다루는 부분까지 이미 다 풀었다고 허세를 부리기에, 종민이가 공부를 많이 해둔 것 같으니 ‘공정’과 ‘정의’가 어떤 의미라고 배웠는지 발표해달라고 했다. 종민이는 대답을 아주 잘 했다. ‘공정’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고, ‘정의’는 이 책에서도 뭐라고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고 대답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두 개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런 다음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1.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샀는데 돌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공정한가요?

아이들 중의 몇몇은 ‘중고나라’라는 커뮤니티를 알고 있었다. 중고나라가 뭔지 모르는 아이들도 간단한 설명만으로 이해했다. 아이들은 이 질문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답변을 했다.

예은 : 그냥 쉽게 생각하면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판매자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어서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종민 :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진짜로 ‘돌’을 주문했다면 공정한 상황이다.

김지유 :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고려하지 않고 상황을 단순하게만 보면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

말 나온 김에 아이들에게 혹시 공정하지 않은 거래를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종민이 빼고는 다 그런 경험이 있었다. 신기했던 것은 아이들 모두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공정하지 않은 거래를 경험했다는 점이었다.

민준 : 포켓몬 카드를 모을 때였다. 문방구에 포켓몬카드를 사러 갔다. 문방구 아줌마는 모든 카드 세트에 내가 원하는 포켓몬 카드가 최소 한 장 이상 들어 있을 것이니 아무거나 사도된다고 했다. 카드를 여러 세트 샀는데도 내가 구하는 카드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김지유 : 문방구에서 군것질하려고 과자를 샀다. 그런데 그 과자는 빈 봉지였다.

채원 : 2천원을 주고 필통을 샀다. 비닐 포장을 뜯었는데, 필통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환불해달라고 했는데 비닐이 뜯어져 있다는 이유로 500원만 돌려받았다.

예은 : 문구점에서 콜라맛 음료수 얼린 걸 샀다. 맛이 이상했다. 재료가 잘못된 것 같았다. 게다가 옆구리가 터져서 줄줄 샜다. 그래서 다 버렸다.

* 이 사연들 외에도 아이들은 굉장히 많은 일을 당했다고 한다. 민준이가 특히 불만이 많았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고를 해서 영업정지를 시켜야 할 정도로 보였다.

1-1. 그런데 만약 내가 돌을 주문한 상황이라면, 이것은 정의로운 상황인가요?

아이들은 모두 ‘내가 돌을 원했기 때문에 이 거래가 공정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의롭지는 않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위의 예은이의 사례에서, 내가 원래부터 옆구리가 터진 음료수를 찾았다면, 그것은 공정한 거래이기는 하다. 하지만 제품이 불량이기 때문에 애초에 팔면 안 된다. 그래서 이 상황은 정의롭지 않다. 김지유는 정의를 따질 때는 ‘목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철학에서 ‘행동의 목적’을 따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주제이다. 아마 나중에 꼭 다루게 될 것이다.

1-2. 배송된 돌이 만약에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정의로울까요?

민준 : 다이아몬드 원석이 아니라 화석이라면 훨씬 더 가치가 높을 것 같다.

채원 : 판매자가 나에게 사기를 쳤기 때문에, 판매자를 경찰에 신고한다. 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종민 : 신고를 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신고는 하지 않는다. 물건은 내가 가진다.

예은 : 판매자에게 물건을 제대로 보낸 게 맞는지 물어본다.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경찰에 신고한다. 물건은 내가 가진다.

민준 : 돌을 먼저 판매한다. 그런 다음에 판매자를 경찰에 신고한다.

김지유 : 경찰에 신고한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그냥 돌로 바꿔서 경찰에 제출한다.

*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정의’와 ‘이득’을 헷갈린 것 같다. 이 점을 한 번 더 지적했어야 했는데, 그냥 넘어가버렸다.

2.친구가 SNS의 내 글에 악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악성 댓글에 악성 댓글로 대응하는 것은 공정한가요? 그리고 그 행동이 정의롭기도 한가요?

아이들은 아직 SNS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터넷 게시판이나 뉴스의 댓글 시스템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논의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김지유 : 공정하기는 한데, 싸움이 무한정 반복될 것이다.

종민 : 그래서 정의롭지는 않다.

예은 : 안 되겠다 싶어서 신고하면, 나도 악성 댓글을 달았기 때문에 경찰이 나도 처벌할 것이다.

3.집안 사정이 어려운 친구와 편의점에 갈 때마다 항상 내가 돈을 낸다면 그것은 공정한가요? 그리고 정의롭기도 한가요?

채원 : 공정하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그 친구를 위해 돈을 내는 거라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김지유 : 그런데 걔가 돈이 있으면서 일부러 돈을 안 쓰는 거라면?

예은 : 그런데 그 친구가 나를 괴롭히거나 협박해서 내가 돈을 내는 것이라면 정의롭지 않다.

종민 :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친구를 돕고 싶으면 내가 개인적으로 먹을 것을 사주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후원금을 내든지 해야 한다.

김지유 : 공정하지 않다. 기계처럼 감정을 없다고 치고 따져보면 정의롭지도 않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해보면 정의로운 것 같다.

민준 :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하지만 친한 친구라면 사준다.

* 아이들이 ‘공정함’의 개념은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다. 하지만 정의로움에 대한 판단은 다 달랐다. 아직 ‘정의’의 의미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의 정의감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4.온라인에서 친구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정의로운가요?

채원, 예은, 김지유, 종민 : 정의롭지 않다.

민준 :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럴 만한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김지유 : ‘그럴 만한 행동’이라는 게 있나?

예은 : 만약에 모든 친구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나를 왕따 시킨다면, 민준이 너는 그걸 참을 수 있나?

민준 : 나는 1학년 때 왕따를 당해봤다.

* 민준이는 오늘도 ‘그런 경험이 있다’와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4-1. 정의롭지 않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까요?

① 제보한다.

② 왕따 시키는 친구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다.

③ 왕따 시키는 친구들을 온라인상에서 비난한다.

종민, 채원, 예은 : 왕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당사자의 의사를 먼저 물어본 다음에 당사자가 원하면 제보를 한다.

민준 : 나는 거기 연루되고 싶지 않다. 카톡방이라면 나가버릴 것이고, 페이스북이라면 어플을 삭제해버리겠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배고파해서 토론을 이쯤에서 정리했다. 사실 이만큼만 해도 충분히 깊게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배고프다고 빨리 끝내자고 하면서도 아이들이 말을 멈추지 않는 걸 보면 힘든 걸 견디고, 생각을 이어나가는 힘이 많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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