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에는 한 번만 소리쳐도 여러 번 메아리치는 주랑(柱廊)이 있는데, 그래서 그것은 ‘일곱 목소리의 주랑’이라 불린다. 그러나 수다는 가장 작은 말이 와닿아도 지체 없이 사방으로 되울린다.”

페이스북 친구가 드디어 1천명을 돌파했다. 카톡에는 672명인가? 강력 ‘밴드’의 모임의 숫자는 학교, 학년, 반, 지역, 전 직장, 현 직장, 부서, 취미, 동네 모임까지 무한으로 수렴한다. 이제 나의 이야기는 ‘날랜 날개를 활처럼 구부리며’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쏜살같이 날아다닌다.

“수다의 치료약은 말이고, 말은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수다쟁이들은 계속 지껄이느라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침묵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수다쟁이들이 걸린 병의 첫 징후이다.”

1빌딩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희망찬 출근 길을 사진으로 페이스 북에 올린다. 늘 반복되는 회사에서의 일상도 섬세한 나에게는 수없이 많은 스토리로 다가온다. 오늘따라 단골식당의 순대가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잠깐씩 틈을 내어 카톡과 밴드의 친구들을 찾는다. 잠들기 전에 사람들에게 하루의 피곤을 풀 수 있도록 유모어 하나 보내는 것은 센스있는 마감 서비스! 오늘 하루 나는 폰을 240번 열었다. 친구들이여, 그대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주지 못하는 나의 바쁜 하루를 이해하시게…

“수다쟁이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누가 그들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지만 그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모두들 그를 보면 허둥지둥 달아나기 때문이다.”

친구들아 시인 시모니데스는 “무엇을 말한 것을 가끔 후회한 적은 있어도 침묵한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지? 내가 페이스북에, 카톡 방에, 밴드 모임에 올린 그 수 많은 이야기에 자네들이 보이는 침묵의 가치를 모르는 것은 결코 아니네. 내가 원하는 한가지는 카톡방에 숫자’1’이 지워지는 것과 페이스2북의 세워진 엄지손가락뿐이네. 친구의 돌아선 뒷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네.

“수다쟁이는 마치 글자를 지우고 다시 사용하는 서판(書板)을 펜으로 긁듯이, 같은 이야기를 자꾸 하고 또 함으로써 우리의 귀를 고문한다.”

(어느 친구로부터의 카톡메시지) 나의 오랜 친구야. 자네가 오늘 아침 골프장 화장실에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준 ‘얄미운 년’ 이야기는 나에게 즐거움과 오랜 우정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네. 고등학교 동기 골프모임 친구들 단체 카톡방에서 그 즐거움을 나눌 때는 동반자로서 기꺼이 함께 했네. 그런데, 또 다른 두 개의 단체 카톡방과 4개의 밴드 모임과 페이스북에서 자네의 ‘얄미운 년’을 보았을 때는 ‘얄미운’ 세 글자만 내 눈에 들어왔네. 우리가 알고 지낸 햇수만큼 같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라 믿는 것인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수다쟁이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다 웃음거리가 되고, 반갑잖은 소식을 전하다가 미움을 사는가 하면, 비밀을 지키지 못해 위험에 처한다.”

3(어느 친구에게 보낸 카톡메시지) 친구! 좋은 말이 언제적 이야기인지, 몇 번 들었는지가 문제가 된다면 재미있는 동영상은 왜 여러 번 보고 18번 노래는 왜 필요한가 묻고 싶네. ‘얄미운 년’ 이야기가 몇 년 전에 한 바퀴 돌았다는 사실을 내가 알았다고 생각하는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작년에 내 아들이 대학에 낙방했을 때 자네가 곳곳의 방에서 그 사실을 알리면서 나를 위로 해줄 것을 권하고 다닐 때, 나는 정확히 12번을 상처받았네. 마이 묵어도 또 묵어 주는 게 친구아이가?

“수다에는 수다 자체 못지않게 큰 악덕이 따르는데, 다름 아닌 호기심이다. 수다쟁이는 말을 많이 할 수 있기 위해 많이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특히 자신의 수다에 새로운 소재를 공급하기 위해서 비밀스러운 또는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꼬치꼬치 캐묻고 돌아다닌다.”

그 친구의 카톡 메시지가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나의 잘못도 크다. 골프장 시작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서두르는 바람에 무려 3시간 가까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다. 1분에 639,800 기가바이트의 정보가 흐르는 디지털 시대에 3시간이라니… 마땅히 번개의 속도로 페이스북을 스크롤하고, 끊임없이 아우성치는 까톡 소리에 짧은 눈길이라도 주었어야 했다. 새로운 이야기 찾는데 잠시라도 소흘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어. 우클릭 한번이면 누구의 이야기도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그 친구 회사 아직 안 짤렸나? 누구에게 물어보지?

“수다는 습관이 되면 이길 수도, 고칠 수도 없는 악덕이 된다.”

내가 뭐!

 


플르타르코스의 수다에 대하여: 플루타르코스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정치가 겸 작가이다. ‘수다에 대하여’는 78편의 에세이와 대화로 구성된 그의 책 《윤리론》에 나오는 에세이 중의 하나로, 수다스러운 사람의 심리와 행동, 그로 인한 해약 등을 이야기하고 그 해결로서의 침묵에 관해 논한다. 풍부한 사례와 쉬운 말로 쓰여졌지만 곳곳에서 그의 ‘촌철살인’ 해학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미운 놈·얄미운 년
△미운 놈
1. 비거리 줄었다고 투덜대면서 제일 멀리 보내는 놈.
2. 장타면서 쇼트게임에 실수 없는 놈.
3. 공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파(par)하는 놈.
4. 돈 한 푼 못 먹었다고 구시렁거리다가 막판에 싹쓸이해가는 놈.
5.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었는데도 공쳐본지 오래라고 우기면서 80대 초 치는 놈.
6. 매일 공치는데도 회사 잘 돌아가는 놈.
7. 새벽 공치러 나오면서 마누라한테 아침밥 얻어먹고 왔다고 자랑하는 놈.
△얄미운 년
1. ‘툭’ 치는데도 멀리 보내는 년.
2. ‘아구구구’ 비명 지르면서 홀 속으로 쏙 집어넣는 년.
3. 매일 땡볕서 놀아도 기미 안 낀다고 자랑하면서 씻고 생얼로 집에 가는 년.
4. 허구한 날 공치러 다니는데도 공부 잘하는 자식 둔 년.
5. 안된다고 구시렁거리면서도 절대로 90타 안 넘기는 년.
6. 그늘집마다 들어가 먹고 마시고 회식 땐 미친 듯이 먹는데도 배 안 나오는 년.
7. 이렇게 얄미운데도 동반자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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