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도입이 불평등을 키울 수도 있는 이유
교실은 언제나 변화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변화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릅니다. 인공지능(AI)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는 기술의 문제를 넘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라는 새로운 교육 환경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생성 AI’는 학생의 글을 대신 써주고, 교사의 수업안을 만들어주며, 학습 피드백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도구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제 무엇이 진짜 배움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교실을 흔들고 있습니다.
AI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단순한 기술 격차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도구를 불안정한 조건에서 사용하는 구조적 현실 때문입니다. 기술의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학습에 녹여내는 역량은 학교마다, 교사마다, 학생마다 다릅니다. 장비와 인터넷 환경이 부족한 지역, AI 리터러시 교육이 부재한 교사, 혹은 기술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학부모 — 이 모두가 AI의 ‘효과’를 결정짓는 요인입니다.
그 결과, 어떤 학교에서는 AI가 학생의 사고력을 키우는 조력자가 되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단순한 복사기처럼 쓰입니다.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불평등을 만든다는 역설이 드러납니다.
AI는 교사의 업무를 줄이고, 학생에게 개인화된 도움을 줄 수 있는 ‘꿈의 도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교사는 그만큼 더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직접 해야 할지, 학생이 AI를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지,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책임으로 다가옵니다. 교사는 여전히 교실의 중심에 서 있지만, 그 중심이 더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불안정성은 단지 기술이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교육이 여전히 인간의 관계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불확실성은 어쩌면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방향은 달라집니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불안정함 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는 일이 지금의 교사와 학교가 해야 할 일입니다. AI가 불평등을 키울지 줄일지는 결국 교사의 선택, 학교의 철학, 사회가 교육에 기대하는 가치에 달려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식의 양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문제입니다. AI는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주지만, 동시에 그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배움을 위한 전제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혼란 속에서도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함께 배울 것인가’를 묻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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