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통합의 공동체 교육
디지털 교육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은 기성세대-교사와 학부모에게도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에게 배운다.”는 오랜 상식은 디지털 현실에서 더 이상 맞지 않다. 낯선 기기와 복잡한 프로그램을 앞에 두고 아이를 불러야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아래한글, 카카오톡, 애니팡을 디지털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어른들에게 디지털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디지털 교육은 아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에게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교육은 세대 통합 교육이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서 상호작용하는 초연결사회에서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의 역할 관계는 재정립되어야 한다. 영국의 한 교육 학회에서는 배움이 “학교에서 20%, 가정에서 40%, 사회에서 40%”이루어진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말의 의미는 교육에 있어서 가정과 사회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플립 러닝, 블렌디드 러닝과 같은 새로운 학습에서는 가정에서의 학습이 점점 더 많은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부모는 전통적인 양육 기능과 함께 아이들의 학습에 관여를 높여가야 한다. 변화가 빠른 디지털은 교육에서 사회의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한다. 구글과 같은 거대 IT 기업과, 대학,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학교의 디지털 교육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시기에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역할에 부응하는 것이다. 디지털 교육에서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의 역할분담과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를 해소하는 것은 디지털 교육의 전제 조건이다. 디지털 격차는 개인 혹은 특정 계층이 디지털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지 못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격차는 학교와 산업, 그리고 정부기관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사회적 약자 계층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격차는 기본권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2017년 영국 하원이 제출한 보고서 “디지털 기술 위기(Digital Skill Crisis)”는 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컴퓨터의 22%가 적절하지 않은 상태이고, ICT 교사의 35%만이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컴퓨터 과학 교사 정원의 70%만 채용할 수 있었다. 우리의 학교 현실은 어떨까?
영국 의회는 디지털 교육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 환경을 제공하고, 부족한 교사의 수를 늘리고 자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코딩 교육 등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과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보고서는 권고한다. 의회는 영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가 디지털 전략의 제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디지털 교육은 세대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에 있어서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기술에서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는 나눔과 통합의 공동체를 지향하여야 한다. 미래 교육으로서 디지털 교육이 모든 사람이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체계와 내용성을 담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기에 우리의 디지털 교육 현실은 암울하다. 2015년 OECD의 조사 결과, 한국은ICT를 활용한 교육에서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 교육에 사회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을 때, IT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교육은 ‘중독’과 ‘금지’만 외치고 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변변한 장비,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 하나 없이 골방에서 게임과 SNS에 빠져 그들의 미래를 준비할 소중한 시간들을 흘려 보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집단적 디지털 문맹 상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고 그 기술을 익히고,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문맹은 스스로 그 사실을 알지만, 디지털 문맹은 깨닫지 못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각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이 돌보고 키우는 아이들은 우리 곁에 있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인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울 수 없고 배우지 않고 다시 배우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디지털 현실에 눈을 뜨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용감해야 한다.
많이 늦었다. 그래도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았던 시기는10년 전이고, 두 번째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지금 우리 곁을 미래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흘러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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