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은 온라인에서 특정한 사람을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도 왕따와 폭력은 있었지만, 의사소통의 수단을 통해 타인에게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양상이다.

디지털 기술은 익명으로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인을 괴롭히거나 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를 쉽게 할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을 제공한다. 이제 사이버불링은 소수의 대상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사용자들에게 점점 더 일상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 달 초에 발표된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홍콩 중등학생의 절반 이상이 본인이 알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개인정보와 사진이 네트워크상에서 돌아다니는 경험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보고서는 조사에 참여한 2120명중 12%가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그런 행위를 하였는 결과도 담고 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불링은 ‘독싱(doxing 또는doxxing)’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닥싱은 문서를 의미하는 ‘doc’에서 파생된 것으로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이다. 와이어드지(Wired)의 기고자인 매트 호난(Mat Honan)에 의하면 닥싱은 1990년대 해커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학교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해킹해서 누군가를 괴롭히던 행위였다.

닥싱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비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개인 정보를 추적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하는 행위들을 포함한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신상털기도 일종의 독싱이다. 독싱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평판을 악화시키고, 극단적인 경우에 신체적인 피해를 준다.

닥싱 외에도 온라인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사이버불링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정인에게 짧은 시간 동안 대량의 문자 메시지나 메일을 보내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서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떼카’, 피해자를 끊임없이 카톡방으로 초대하는 ‘카톡 감옥’, 초대한 후에 피해자만 남겨두는 ‘방폭’등 종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사이버불링은 그 피해가 광범위하고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 위험성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용자의 26%가 사이버폭력의 피해 혹은 가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징적인 것은 예상과는 달리 성인(23.1%)이 청소년(16.6%) 보다 더 많이 사이버 폭력의 피해를 경험했다는 것과, 오프라인 폭력과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가해자들이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분노를 배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들은 낮은 자존감에 의해 자극받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동일한 부정적인 감정과 불안을 경험하게 할 때 자신의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좌절과 분노, 슬픔을 포함한 감정적인 고통을 느낀다. 때로는 자존감의 상실과 사회로 부터 격리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과 같은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사이버불링의 가해자가 되는 원인을 공감능력의 부족에서 찾는 홍콩 학부모 단체, ‘패런츠 유나이티드’의 애니 정의 통찰과 조언은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애니 정은 홍콩 청소년들이 공감능력이 매우 낮으며 그 원인은 아이들을 둘러싼 치열한 교육, 사회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아이들은 공감능력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이것은 우리가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사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결과라고 믿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최고가 되는 것의 중요성과 친구들보다 더 잘해야 할 필요성을 배운다. 학교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축소판이다. 즉, 경쟁이 심화되면 공감능력은 떨어진다. 왜냐하면 누구도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장 약한 아이가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애니 정은 분석했다.

애니 정은 부모들도 책임의 일부를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아이들은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엄청난 학업 부담에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때때로 아이들에게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을 먼저 돌보기를 가르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만일 그들이 갇혀있는 불안감이나 분노를 풀기위한 채널이 필요하다면 자연스럽게 자신보다 약하고 덜 자신감을 가진 동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사이버불링은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사회적 문제이다.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는 그 교육의 일차적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고 있고 최고의 스승이 될 수 있다. 부모는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으며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훌륭한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곧장 컴퓨터나 노트북을 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부모는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술을 자신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 온라인 활동만큼 흥미로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부모들이 언제든지 열린 태도로 대화할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야 한다.

아이가 사이버폭력 문제와 관련이 되었을 때 부모는 냉정해야 한다. 사이버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분노를 올바르게 배출할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피해자에게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과 자신감을, 가해자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인터넷에서 자신의 분노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자녀들에게 가상의 친구와 진정한 친구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은 우정의 가치는 SNS에서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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