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는 문자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공짜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언론 매체의 뉴스가 대표적이다. 돈 주고 신문을 사서 보는 사람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는 공짜 뉴스가 넘친다. 물론 뉴욕타임스나 월 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처럼 유료 서비스를 시행하는 곳도 있지만 공짜 뉴스는 전세계 모든 언론사가 직면한 현실이 되었다.

애플이 준비중인 새로운 뉴스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에 새로 내놓을 뉴스 앱에 프리미엄 뉴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 달에 9.9 달러를 내면 타임이나 포브스 같은 2백여 개 유명 잡지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잡지 플랫폼 ‘텍스처(Texture)’를 애플이 인수해 뉴스팀에 합류시켰다. 신문과 잡지를 결합해 유료 뉴스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리 프리미엄 서비스라 해도 대부분 공짜인 뉴스를 돈을 받고 제공하는 사업은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을까?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세상이다. 의도되고 왜곡된 가짜뉴스와 광고에 목을 매고 트래픽에 사활을 거는 클릭베이트(clickbait)로 혼탁해진 미디어 시장에서 옥석을 구분하는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쟁 상대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구글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로 곤욕을 치렀다. 애플은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뉴스를 바탕으로 팩트(fact)에 목말라 하는 새 시장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를 모두 확인하고 걸러서 전달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극적이고 그럴 듯한 음모론은 누구나 빠져들기 쉽고, 전파력도 강하다. 전통 매체의 콘텐츠나 출처불명의 정보를 막론하고 그 판단과 수용은 결국 이용자의 몫이다. 학교나 각급 기관과 단체에서 가짜뉴스의 특징이나 생성과 유통 과정, 그리고 대처 방안을 교육하는 일이 확산하고 있다. 그릇된 정보와 가짜뉴스를 근절하고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수용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진실찾기 서약(Pro-Truth Pledge)’ 운동은 정치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사실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펙트(fact)와 예의를 갖춰 서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진실을 확인하고, 인정하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12가지 항목을 준수할 것을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미디어의 분별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참고할 만하다.

 확인(Verify)
정보를 받아들이고 공유하기 전에 그게 사실인지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거쳐라.
이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s://www.protruthpledge.org)에 들어가면 팩트체크 방법도 자세히 나온다
 균형(Balance)
어떤 면에서 자신의 주장과 다른 게 있더라도 진실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공유하라.
 인용(Cite)
다른 사람이 자신이 올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의 소스를 공유하라.
 인정(Acknowledge)
다른 사람이 올린 정보가 맞는다면 이를 인정하라. 설사 그 정보가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사실이라면 인정하라.
 재평가(Reevaluate)
자신이 올린 정보가 비판을 받는다면 그 정보를 재평가하라. 그리고 입증할 수 없다면 철회하라.
 방어(Defend)
다른 사람이 진실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격을 받을 때는 옹호하라. 설사 그 정보가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그렇게 하라.
 일치(Align)
자신의 의견과 행동을 진실된 정보와 일치시켜라.
 수정(Fix)
신뢰할 수 있는 소스라 하더라도 입증할 수 없다면 정보를 철회할 것을 요청하라. 정보를 올린 사람이 자신의 동료라 하더라도 그렇게 하라.
 교육(Educate:)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정보라도 신뢰할 수 있는 소스가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소스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라.
 존중(Defer)
사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때 전문가의 견해가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
 격려(Celebrate)
틀린 주장을 철회하고, 진실을 향한 신념을 새롭게 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라.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개개인의 의견을 통합한 민의는 왜곡되고, 조작되고, 기만되고, 겉모양만 그럴 듯 한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선거와 정치는 보여주고 있다. 그 위선의 원천은 가짜뉴스에서 비롯된다. 가짜를 분별하는 일은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고,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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