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이해를 못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말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갖가지 디지털 기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디지털 원주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하니 따로 교육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짜 뉴스와 온라인 폭력과 같은 온라인 위험에 노출되고, 개인 정보를 사이트나 모르는 사람들과 쉽게 공유하고, 게임과 SNS에 과잉의존 혹은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 아일랜드의 중고등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경험 조사 결과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가 디지털 기술의 비판적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사 대상의 3분의 2 이상이 기술의 잘못된 사용으로 피해를 본 사람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왕따나 자해, 그리고 협박은 조사된 위험 중의 일부이다.
또, 응답한 학생의 68%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을 항상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온라인에서 대화하는 사람을 항상 믿는다는 놀라울 만큼 순진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학생들의 대부분은 그들이 온라인에 남기는 글이나 사진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 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서술하라고 하는 질문에 프로노와 익명성을 가장 많이 대답했고, 어떤 사람이 디지털 기술을 가장 잘 사용하느냐는 질문에는 해커라고 응답했다. 오직 한 명만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인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사 결과를 위험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로 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술사용에 따르는 책임을 알고,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민의 양성을 새로운 교육의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과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천은 쉽지가 않다. 학교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부모들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다. 그보다 더 큰 장애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 디지털 문맹 상태이다. 디지털을 아이들의 좋아하는 하위문화나 지나갈 유행 정도로 생각하는 낮은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나 학부모 등 기성세대들에게 디지털이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광범위하고 깊은 영향을 이해하고, 필요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교육관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평생교육기관, 도서관, 기업등 관련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이 요구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문해력을 자랑하는 한국이 디지털 문해력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아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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