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 미국의 아칸소 주에 위치한 벤톤빌(Bentonville)이란 작은 도시에서 한 남자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전날 저녁 초대받은 친구의 집에서 다른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아칸소 대학교 미식축구팀의 경기를 밤늦게까지 보면서 술을 마셨으며, 집주인은 다른 세 사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집주인이 자신의 집 뒤뜰에 있는 욕조에서 죽어있는 그를 발견했다고 신고를 한 것은 그 다음날 오전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3개월이 지난 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집주인을 체포했으며,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기 위해 집주인이 가지고 있던 음성형 인공지능비서기기인 아마존 에코의 기록을 아마존사(社)에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마존 에코의 경우, 특정한 단어를 말하면(기본적으로 ‘알렉사’라고 부르면 됩니다)그 이후부터 이용자가 말하는 것은 모두 아마존의 서버에 저장이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나 특정한 단어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므로, 에코는 항상 대기상태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 때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지속적으로 아마존이 모니터링하게 되며, 그 내용 또한 저장됩니다. 따라서 경찰이 아마존을 상대로 집주인이 보유하고 있던 에코의 기록을 요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찰의 요구에 대해 아마존은 난색을 표하면서 선뜻 제공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체포된 후 2개월만에 용의자가 결백을 주장하면서 에코를 통해 기록된 내용을 제공하는 데 동의를 했고, 결국 올해 3월이 되어서야 경찰은 아마존으로부터 기록을 넘겨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이 제공한 녹음파일에 대한 청취는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서,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각종 미디어들이 주목한 부분은 과연 전자기기를 통해 녹음된 음성이 미국의 수정헌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미국 대법원은 1967년의 판례를 통해 공중전화부스 외부에 설치된 도청기로 수집한 정보는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적법한 증거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마존 또한 이와 유사한 논리를 펴면서 그동안 수색영장 발급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법적인 수사를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아마존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찾고자 할 때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또, “저장된 녹음파일의 내용을 찾는 일은 서랍이나 호주머니를 뒤지는 것과는 다르다” 면서, 저장된 데이터들에는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번 실랑이는 피의자와 아마존 측에 의해 녹음 파일이 제공되면서 일단락 되었지만, 앞으로 아마존 에코와 유사한 기기들이 개발되어 널리 팔리게 될 때, 이와 연관된 사건들에 대해 법원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편의를 위해 자신의 정보를 거대 IT기업에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사회 공공의 이익을 빌미로 정부가 요구하는 개인정보를 기업들은 어디까지 제공해야 할 것이며, 또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 것일까요?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사회’에서는 0(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소위 ‘트레이드오프’관계로 개인 정보에 대한 노출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게 될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문제는 앞으로 시민사회와 국가 그리고 거대기업들이 마주하게 될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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