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AI 기술이나 서비스들을 보면 마치 요술램프에서 마법사 지니와 같습니다. 사람이 말만 하면 글을 쓰고, 수학 문제를 풀어주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들려주고… 이제는 자동차를 비롯한 주변의 사물들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 현실이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이제 사람이 힘들게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부모보다 먼저 아는 아이들이 간혹 왜 공부를 해야 하는 지를 물어오면 어른들은 궁색한 답변에 난감했다는 경험담도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질문과 씨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계산기, 컴퓨터,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때 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우리가 변화한 환경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 무엇인지”를 묻고는 했습니다.

요즘에는 AI가 계속 발전하고 더 많은 작업과 일이 자동화됨에 따라 더 이상 인간이 직접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런 주장이 틀렸고 심지어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기술 발전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고도로 숙련된 인재를 요구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복잡성이 증가함을 의미하고, 따라서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고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산업 혁명에서 정보화 시대로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바뀌던 산업혁명 당시를 생각해볼까요? 농사 일을 하던 사람들은 공장에서 복잡한 증기 동력 기계를 작동하고 새로운 제조 공정을 유지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최소한 몇 개월의 전문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교육에 대한 요구는 공교육 의무화와 기술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PC의 보급과 인터넷의 부상은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과 같은 분야에서 고도로 숙련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요구되는 기술은 더욱 복잡해지고, 유치원에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로 시작하여, 초중등 과정에서 수학과 과학 등의 학습 능력을 갖추고, 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기까지 20년 이상 준비 시간을 보내야만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또한 작업자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지난 역사의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도 고도화되고 복잡화 되어 더 높은 수준의 훈련과 지적 능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추세가 인공지능 시대에는 바뀔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경향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높아지는 기준
챗GPT를 비롯한 생성AI가 우리에게 처음 던진 충격은 사람의 지적 능력 기준이 갑자기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 것입니다. 분석 능력, 창의력, 심지어는 학습 능력까지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보여주었던 능력과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사람도 인공지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AI가 계속 발전하면 사람의 학습과 기술 습득에 대한 기준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도입됨에 따라 많은 업무가 자동화될 것이 분명하고, 사람은 더 복잡하고 전문화된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려면 기초 학문의 충실한 기본, 컴퓨팅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지능형 기계와의 협업 능력, 그리고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필요합니다. 또 AI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이러한 새로운 역할에서 능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기술도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에 평생 학습을 넘어서 ‘늘 배움, 혹은 항상 학습’과 적응력이 그 어느 떄 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미 언론에서도 보도되기 시작했듯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자동화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부적응 단계’, 즉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속도보다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빠르고, 사람들의 적응속도보다 환경의 변화가 빠른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최근에 맥킨지의 연구진은 생성AI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3억7천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재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람은 이제 배우지 않아도 될까요? 결코 아닙니다. 인공지능과 경쟁을 하든, 협업을 하든 사람에게 배움은 중요해질 것입니다. 배움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져야 하고, 배움의 내용과 형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지식은 팩트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원천과 접근경로를 기억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지금까지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요구되었던 고도의 지적 능력-비판적 사고, 추상화, 추론, 창의력 등-을 길러야 합니다.

이런 개인의 학습 노력을 돕는 강력한 교육 시스템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교실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지식 중심적이고 표준화된 교육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는 AI 중심 산업에서 요구되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기술에 대비하는 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할 기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다시 오늘 이야기의 결론으로 돌아가면,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이, 깊이, 열심히! 그리고 치열한 배움을 먼저 시작해야 할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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