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하면 누구는 수지나 죽전 같은 도시를,
또 누구는 농촌을 떠올립니다.
용인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합니다.
용인은 굉장히 큽니다.
인구 100만이 넘어 올해부터 특례시가 됐습니다.
생각을담는집은 용인의 농촌마을인 원삼면 사암리에 있습니다.
산속은 아니지만 사방이 큰 나무로 둘러싸인 숲속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책방 문을 열 때 다들 무모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문 열고 들어왔습니다.
때로는 사람 대신 바람만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 책방에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삶은 책방 문을 열기 이전과 이후로 변곡점이 만들어졌습니다.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수많은 경험을 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순도 높은 즐거움입니다.
용인에 있는 작은 책방들끼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모이고 보니 책방이 열 곳도 넘는 것 같더군요.
서로 아는 책방들을 연결하고 초대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책방들끼리 알고 지내자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디 가서 못할 말,
그러니까 하소연도 좀 하고 싶어서이기도 했지요.
제가 나이가 가장 많다 싶어 손들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연말에는 ‘용인책방사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뭔가를 함께하려면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혼자 꾸던 꿈을 같이 꿀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뭔가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모든 모임이 다 그렇지만 적극적인 사람이 있고,
팔짱 끼고 보는 사람이 있지요.
또 개인적인 사정으로 소극적인 사람도 있고요.
돈이 좀 된다거나, 명예가 된다거나 하면 함께하자고 막 꾈 텐데
그럴 형편이 아닙니다.
그래도 대부분 함께합니다.
어젯밤 줌으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밤에 다시 책방에 내려와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신이 났습니다.
뭔가 근사한, 재미난 일을 계획하는 일은 그렇게 설렙니다.
무엇보다 젊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저 역시 젊지만(!), 저보다 젊은 친구들이 앞으로 더 멋진 책방 문화를 만들어갈 테니까요.
지금 계획 중인 일이 하나 있는데요,
어젯밤에 그 일을 생각하니 잠이 안 올 지경이었습니다.
책방에서 혼자 행사를 할 때도 설레고 좋은데
용인의 책방들이 모여서,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책방들과 연대해서 뭔가를 할 생각을 하니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잠이 달아날 밖에요.
오늘 어제 줌에서 처음 만난 책방주인이 다녀갔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무모하게 책방을 차렸나,
다들 잘하는데 나만 못하고 있나,
뭐 이런저런 생각으로 자괴감도 들고 힘들던 터에
어젯밤 줌에서 만난 책방주인들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울컥했습니다.
그에게 말했지요.
다 똑같지요.
그와 앉아 이야기하는 동안 책방에 사람들이 왔습니다.
어제는 토요일이었는데도 책방에 단 한 명도 오지 않았거든요.
그럴 수 있지, 하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제 일을 하지만
그런 날이 며칠 이어지면 기운이 빠지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냥 밖에 나가 나무 한 번 보고, 천천히 걷고,
다시 책 읽기를 하거나 제 일을 해야지요.
이게 돈이 된다, 저렇게 해라 다른 사람은 말을 쉽게 합니다.
그러나 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요.
오늘 그 젊은 책방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멋대로 하고 싶어서 시작한 책방이니 그냥 멋대로 하세요.
그러다 보면 나만의 길이 보여요.
말하면서도 길이 보이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어쩌겠어요.
길인 줄 알고 가야지요.
그러면 진짜 길이 만들어질 테지요.
우리들 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책방 하는 일은 꿈을 꾸게 합니다.
꿈은 설렘과 떨림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무모하게 오늘도 책방 문을 엽니다.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책방 문을 열면 펼쳐지니까요.
이 ‘피로 사회’에서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
그게 바로 책방이니까요.
[출처] 책방 하는 마음|작성자 생각을담는집
“멋대로 하고 싶어서 시작한 책방이니 그냥 멋대로 하세요.” 참 와 닿는 말입니다. ^^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을 자꾸 하고 있었는데, 힘이 됩니다. ^^ 멋대로 한 번 계속 해 보겠습니다. ㅋㅋ
그러고 보니 임후남 님 성함이.. 옛날 드라마 “아들과 딸”의 주인공과 같네요. (제 연식이 나옵니다.ㅋㅋ) 주인공 후남이도 글재주가 있어서 소설을 썼는데, 비슷한 길을 가시고 있네요. 글과 함께하는 삶 ~ 저는 늘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면서 시간 탓만 하고 살고 있는데, 시간을 안 만드는 것은 제 자신인 것 같다는 반성이 몰려옵니다. (갑자기 반성모드?!)
그리고 용인 원삼면은 제가 용인 살때 캠핑하러 자주 갔던 동네네요. 반가워라~ ㅋ
원삼면에서 오늘도 책방 문 열고 하루를 시작하시겠네요.
의식의 흐름대로 이리저리 댓글쓰고, 저도 오늘 멋대로 하루를 보내보겠습니다!
모임에 적극적인 사람, 팔짱 끼고 보는 사람, 개인적인 사정으로 소극적인 사람, 말만 하는 사람.
돈이 좀 된다거나, 명예가 된다거나 하면 함께하자고 막 꾈 텐데 그럴 형편도 아니고.
그렇지만 설레고….
어쩜 하나같이 다 와닿아요.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결국 사람에게 치유되는 과정을 반복하고요.
고슴도치가 마냥 날 세우고 살다, 코로나 이후 오히려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조금 생기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랑 똑같습니다.
어설픈 내가 누군가의 안줏거리가 되기 싫어 사람 자체를 피해 온 삶도 정답은 아니고, 잘해 보고 싶지만 안 돼서 실수하는 삶도 나쁜 건 아니고^^
그래도 누군가를 만나고 힘들어도 설렘을 배우는 거. 이거 하나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숲냄새 물씬 나는 책방에 인간미까지 넘치는 이야기 너무 좋네요~멋대로 할 수있는 뚝심 응원합니다~용인에 여행을 간다면 꼭 들러서 책을 보고 와야겠어요~^^